[천마논단] 노석균 총장의 조기 사퇴 이유를 질문하시는 동문들께 드리는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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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4-06-11 15:15 조회 576회 댓글 0건본문
▲노석균 / 제14대 영남대 총장 / 영남대 28년 / 교수회의장, 영남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 영남학원 기조실장
14대 영남대 총장을 역임 한 노석균입니다. 지난 5월 총동창회보에 실린 저의 기고문을 보신 동문들 가운데 ‘총동창회로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총장 임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퇴임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당사자가 직접 답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많은 고민을 한 후에 답변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영남대 구성원인 동창회원들께서 전임 총장인 저의 사퇴에 의혹을 제기하신다면 이를 솔직하게 설명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답변을 드리면서 저는 ‘진실에만 근거하여 명료하게 말씀드린다’ ‘는 것과 ’그동안 복잡하고 황당한 일이 있었으나 사퇴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요인‘만을 원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 답변의 근거는 제가 총장을 퇴임한 2016년 10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무려 6년 동안 진행된 학교 측의 징계와 고소, 수사, 재판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제출되고 결정된 각종 증거와 서류들입니다.
1. 특별감사 등을 통한 보직 교수들과 직원들에 대한 이사장의 징계 요청
영남대 재단에서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정기감사 세 차례와 임시감사 두 차례, 특별감사 등 1년 사이에 모두 여섯 차례나 모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감사를 실시하였다. 감사 내용은 매번 다른 내용도 있었으나 거의 유사한 것을 반복적으로 추궁하였다.
특히 2016년 2월, 특별감사의 결과를 두고 7월에 열린 재단의 임시이사회에서는 ‘두 사람의 처장(교수)을 중징계하고, 두 사람의 팀장(직원)을 경징계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이천수 이사장은 총장인 저에게 징계를 지시하는 공문(2016년 7월 27일, 영남대학교 특별감사 결과 및 시정처분 요구사항)을 보냈다. 참고로 재단이 징계사유로 제기한 것은 그 후에 진행된 법적 다툼에서 재단이 모두 패소함으로서 징계 요청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2. 이사장의 징계사유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심 요청
이사장의 징계 지시를 전달받고 저는 징계 요청 사유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였다. 학교의 징계권은 총장에게 있기에 구성원의 징계 절차는 인사의 가장 엄중한 사안이다. 징계와 관련된 사실이 법과 규정, 관례, 고의성, 대학에 입힌 손해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여 위법 된 경우에만 징계가 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관련된 교수와 직원을 대상으로 대학본부의 법무실장 등 전문가들로 조사팀을 구성하여 면밀한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첫째, 이사장이 요청한 징계사유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았고
둘째, 징계를 요청받은 총무처장과 시설처장, 시설팀장과 예산팀장 등은 규정과 절차,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관례에 적합하게 집행하였다는 것이고
셋째, 수차례의 감사를 통해 지적된 사소한 사항은 이미 해명과 개선을 통해 해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진상조사를 통해 ‘대상자에게 징계를 할 만한 사안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조사 내용을 이사장에게 설명드리면서 징계를 철회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징계재심신청서(2016년 9월 9일, 특별감사 결과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의요청서)를 재단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이사장은 학교측의 징계 재심과 철회 요청을 단번에 거부하였고, 거듭 ‘징계를 즉시 집행하라’는 공문을 보내왔었다.
3. 징계 요청에 대한 총장의 옵션
징계 재심의을 기각하는 결정 공문을 전달받은 총장인 저는 징계 의지가 확실한 이사장의 지시에 대해 가능한 옵션을 숙고하여 보았다.
첫째, 이사장의 지시와 의지대로 학교측은 징계를 집행하는 것이다.
재단의 특별감사를 근거로 이사장이 징계를 요청하였다는 것을 이미 인지한 당사자인 보직교수들과 팀장들에게 나는 “이사장이 지시와 법인의 결정에 총장인 저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억울하시더라도 징계위원회에서 소명하시기를 바란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이사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확인하고도 총장이 재단과 이사장을 핑계로 잘못된 징계를 진행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무고한 사람들을 징계하는 것은 곧 총장이 대학 행정의 최고 책임자임을 포기하고, 재단과 이사장의 지시만을 무조건 따르는 맹목적인 입장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둘째, 이사장의 지시가 부당한 것이기에 징계를 거부하고, 따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조사 결과 징계대상자들이 징계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아무리 재단 이사장의 지시라도 잘못된 것이면 따르지 않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다. 총장이 잘못된 지시를 알면서 거부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오히려 상식과 정의에 배치되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한다면 총장이 이사장의 지시를 거부한 항명으로 재단은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이사장과 총장이 징계를 사유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으로 진행되어 대학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 확실하였다. 이러한 혼란을 선택하기에는 큰 부담이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총장인 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다.
징계를 최종으로 처리하는 결정을 앞두고 두 가지의 모순되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첫째는 이사장의 징계 의지가 분명하여 징계는 반드시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징계받을 만한 잘못을 한 대상자가 없기에 실제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모순을 확인한 제가 사퇴한다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업무상 아무 잘못이 없는 교수와 직원을 징계하는 것이 모순이라면 대학의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고 동시에 대학에 근무하는 교직원의 대표자이기도 한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4. 총장 사퇴로 유일한 대안을 실현
총장의 사퇴로 책임을 진다면 이사장의 지시에 항명하지도 않으면서 혼란을 피하고 동시에 잘못하지도 않은 징계대상자를 징계할 필요도 없어지기에 억울한 일도 없애는 대안이 되는 것입니다. 모순의 해결책은 대학 업무의 총책임자이고 대학 구성원을 대표하는 총장이 사퇴하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종 결정에 앞서 제가 순전한 마음으로 사퇴하여 희생을 각오한다고 하여도 과연 해당 교수와 직원, 동창회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임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총장이 사퇴한다는 것을 두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분명 총장이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사퇴를 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해를 받더라도 사퇴하기로 최종 결정, 이를 실행하였다. 왜냐하면 ‘징계대상자들이 징계받을 만한 잘못이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도 징계를 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의 임기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충실하게 일하신 분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나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것보다 훨씬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결국 사퇴를 결정하고 사표를 제출하자 재단이사회는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8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런 결정을 두고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 같은 일에 직면하여도 나는 또다시 그리할 것이다.
5. 결론
제가 사퇴한지도 벌써 8년이나 지났고,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간에 소송에서 드러난 증거자료들과 판결문에서 징계대상자들이 징계받을 만한 일이 없었으며, 저에게도 잘못이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곧 당시에 제가 내린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안도하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잘못한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징계하라는 재단의 징계 요청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이니 저는 사퇴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퇴한 것이 되었습니다. 황당한 일이지요.
이러한 결과와 상관없이 총장으로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남들에게 불명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사퇴를 결정한 것을 두고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끄럽게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직책을 버린 것에 대해 잘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제가 가졌던 총장으로서 가진 직책보다 사람과 일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더 크고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8년의 일을 겪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은 어떠한 물리적 혹은 법적인 자리의 힘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것을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부족함에도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증거와 자료에 근거하여 사실에 충실하게 작성하였음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혹 내용이나 표현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면 저의 부족함으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