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노트] 으악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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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6-03-26 10:17 조회 84회 댓글 0건본문
신승원(76.국문)
· 한국방언연구소장
문학 작품은 작가의 손에서 떠나면 독자의 몫이다. 오로지 독자가 감상하는 대로 그 의미가 되살아난다. 고복수가 노래한 ‘짝사랑(1936년 발표)’에 나오는 ‘으악새’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 ‘으악새’가 새인지 아니면 풀인지에 대한 논쟁이 많다,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 들리기도 하고 풀로 들리기도 한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 젖은 이지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맵니다.’(1절)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 섰는 임자 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2절)
2절의 뜸북새가 슬피 운다고 했으니, 1절도 으악새는 새가 슬피 운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으악새란 명칭이 국어 사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노래의 작사가는 박영호(1911~1953)이고, 작곡가는 손목인(1913~1999)이다. 손목인이 박영호에게 으악새가 무슨 새냐고 물으니, 박영호는 고향 뒷산에 오르면 으악, 으악 하고 우는 새소리가 들려 그냥 으악새라고 대답했다는 기록이 『손목인 가요인생 』에 나온다.
박영호가 말하는 으악새는 왁새(‘왜가리‘의 북한어)로 보인다. 그는 강원도 통천 태생이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총석정이 통천에 있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왁새 여울목 넘어다보듯‘이라는 속담은 북한 속담인데, 표준어로는 ’왜가리 여울목 넘어다보듯‘ 이다. 사투리(방언) 검색 사이트에 확인한 결과 왜가리의 방언으로 ‘흰왁새(평북 방언)’가 나온다. 아쉽게도 강원도 지역은 왜가리의 방언이 조사되어 있지 않다.
요즘에는 조류 연구자들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하여 새의 울음소리나 새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황새, 두루미, 왜가리, 백로’를 일반인들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짝사랑을 작사하던 1930년대를 생각하면 새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울음소리만 듣고 작사를 하는 일도 수긍이 간다. 새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약간씩 달리 들리므로 왜가리 우는 소리를 “크아 크아, 꺼억 꺼억, 으악 으악” 등 본인의 귀에 들리는 대로, 본인이 느끼는 대로 울음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
표준어 ‘억새’ 어원을 문헌적으로 살펴보면, 어웍(罷王根, 명사)+새(草, 명사)로 되어 있다. 결국 ‘어웍새’는 합성어인데 한자어인 파왕근초의 정확한 해석은 어원사전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웍새(1690년, 역어유해)>어옥새(1708년, 송강가사)> 웍ᄉᆡ(19세기, 광재물보)>웍새(1824년, 물명고)>왁새(1880년, 한불자전). 억새(1920년, 조선어사전)’로 변화되어 현재 우리는 표준어 억새를 사용하고 있다(조민재 외 편저, 2021, 『한국식물이름의 유래』 참조).
여기서 ‘으악새’를 어떻게 억새의 사투리로 보느냐는 것이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표준어 억새의 전국적인 사투리 어원을 분석하는 것은 무리다. 가급적 사투리 ‘으악새’ 어형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것을 간략하게 나타내본다. 표준어 억새의 사투리 중 ‘으악새(경기), 어욱새(제주), 어벅새(경북), 어북새(경남)’가 있다. 역어유해에 나오는 ‘어웍새’로 바로 앞의 어휘들을 설명할 수 없다.
경북 안동 방언에 빗질하지 않고 머리가 엉클어진 더벅한 여자아이를 ‘더벅새이, 어벅새이’라고 한다. 이것은 ‘더벅새(명사)+이(접미사)’에서 ‘더벅새이’. ‘어벅새(명사)+이(접미사)’에서 ‘어벅새이’가 만들어진 것이다(이선영 시인이 제보함).
억새는 더벅한 털을 가지고 있는 풀로 이해된다. 언어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문헌에는 나오지 않으나, 특정 시대의 언어를 바탕으로 추정하여 구성된 그 이전 시대의 어형인 재구형(再構形) ‘*어ᄫᅥ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어ᄫᅥᆨ(더부룩한 모양, 부사)+새(草, 명사)>*어ᄫᅥᆨ새(합성어)>어웍새(1690년, 역어유 해)>*어억새>*으억새>으악새(경기).
*어ᄫᅥᆨ(더부룩한 모양, 부사)+새(草, 명사)>*어ᄫᅥᆨ새(합성어)>어웍새(1690년, 역어유 해)>*어억새>*어윽새>어욱새(제주).
*어ᄫᅥᆨ(더부룩한 모양, 부사)+새(草, 명사)>어벅새(합성어, 경북)>*어븍새>어북새(경 남).
‘으악새’는 ‘억새’의 경기 방언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으악새 소리’를 ‘왁새 소리’로 해석하든, ‘억새 소리’로 해석하든 그것은 감상자의 몫이다. (출처 : 대구문학 203호 / 2026년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