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노트] 45년 만의 캠퍼스 투어, 다시 배우는 속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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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6-01-27 14:54 조회 75회 댓글 0건본문
▲신용습(81.원예) 한국연구재단 달성군농업기술센터 전문경력인사
1981년, 서부정류장에서 출발해 경산시 영남대학교에 도착하는 75번 버스를 남산동 미도극장 앞에서 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버스는 하루의 시작이자 배움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45년이 흐른 오늘, 장미공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반월당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 경산 영대역에 내려 모교를 찾았다. 새 학기에 맡게 된 시설원예와 식물공장 수업계획서 등록을 위해 연구실에 두었던 교재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목적은 단순했지만, 그 길은 예상치 못한 시간 여행이 되었다.
영대역에서 내려 중앙도서관을 지나 원예생명과학과까지 걸어가는 길은 졸업 이후 처음이었다. 45년이라는 시간 동안 통학의 방식은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고, 캠퍼스의 이동 수단은 도보와 자전거에서 킥보드와 셔틀로 바뀌었다. 그러나 100만 평에 이르는 캠퍼스의 넓이와 뺨을 에는 겨울바람의 매서움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
정년퇴임 3년 차이자 겸임교수 4년 차를 맞은 올해, 삶의 목표는 더없이 단순해졌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노는 것이다.
일본 오키나와 장수마을의‘하라하치부’는 배를 80%만 채우라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과하지 않음이 곧 오래 가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말하는‘이키가이(生き甲斐)’또한 살아갈 이유, 아침에 일어나게 하는 힘을 의미하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여유와 의미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올해 106세를 맞은 김형석 교수는 장수의 비결로“모든 일에 에너지를 90%만 쓰라”고 말한다. 100%를 쏟기보다 10%를 남겨 두어야 회복도, 충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인생 백 년을 살아보니」와「백세 철학자의 사랑 이야기」에서 그가 전하는 결론 역시 단순하다. 남은 것은 남에게 져 준 것, 도와준 것, 그리고 Love is all이라는 말이다. 결국 삶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방학 중임에도 연구실에 나와 계신 원예생명과학과 교수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따뜻한 커피로 맞아 주신 유진기 교수의 연구실에서 담소를 나눈 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 되었다. 교재를 찾으러 왔을 뿐인 하루는 어느새 지난 시간과 현재의 나를 잇는 캠퍼스 투어가 되었다.
3월 새 학기를 준비하며 다시 걷게 된 이 길 위에서, 나는 배움에도 인생에도‘적당한 속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배운다. 빠르게 가는 것보다 오래, 그리고 함께 가는 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