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담론] 시장원리를 너무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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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10-22 13:47 조회 65회 댓글 0건본문
서민교(79. 무역)
·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대구대학교 전 총장직무대행
시장과 정부 중 누가 더 똑똑하고 효율적인가는 경제학 역사에서 영원한 과제이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작동되기 때문에 시장이 더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항 이후 등장한 케인즈는 완전 고용을 위해서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흔히 정부가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말이 ‘시장 실패’다. 하지만 때때로 정부가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시장질서를 왜곡시켜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데, 이를 ‘정부 실패’라 부른다.
최근 정부의 금융산업에서의 시장 역행적인 과도한 간섭이 정부 실패를 불러일으킬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자, 여당 원내대표도 ”저소득자·저신용자에게 고금리는 역설적“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면, 최근 당정의 금리 발언의 배경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약탈적 금융 논란과 금융 약자 배려 측면에서 당정의 문제의식은 이해가 된다. 저소득층의 금리 부담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역진성(逆進性) 해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저신용자일수록 상환 능력은 약한데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자놀이’, ‘전당포식 영업’과 같은 금융권, 특히 은행들의 약탈적 금융 행태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이해가 된다, 즉, 손쉬운 예대마진에 기대어 막대한 이익을 얻어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도 있다.
하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문제가 너무나 많다. 첫째, 금리는 돈의 사용료이자 위험에 대한 가격이다. 신용이 낮으면 빚을 갚지 못하거나 연체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많은 사용료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은행의 약탈적인 고금리 착취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저신용=고금리’ ‘고신용=저금리’의 합리적 메카니즘이 역설적이란 것은 시장원리와 상충될 수 있다. 둘째, 고소득자와 고신용자를 동일시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소득이나 재산이 적어도 성실하게 빚을 갚으며 신용을 관리해온 이들도 많다. 이들이 그 노력에 대한 대가로 저금리를 내는 것이 왜 역설적인가? 성실하게 살아온 고신용자를 역차별하고 저신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수 있다. 셋째, 그 정책에 선의를 두었던 계층에 피해가 더 크게 돌아간다. 저신용자·저소득자에게 저금리를 적용할 경우, 은행은 위험을 낮추기 위해 오히려 대출 문턱을 높이게 되어 취약 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시장원리를 허물면 필연적으로 정부 실패로 이어진다. 여당의 금리 주장은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를 높여 사고를 많이 내는 운전자의 보험료를 깍아주자는 말과 같다. 그러면, ‘자동차 사고증가->보험손실 확대->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듯이 금리체계가 왜곡되고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또한 정책이 오히려 선의를 두었던 계층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지금 여당이 해야할 일은 인위적 금리 결정이 아니라, 복지 차원의 재정지원과 함께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높여 취약계층이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