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칼럼] 규칙을 바꿀 때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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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3-10-16 10:43 조회 435회 댓글 0건본문
정재형(88, 사법)
변호사, 동창회보 편집위원
규칙을 바꿀 때의 예의
“영남대학교를 견인할 총장의 선임방식을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은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총장 선임규정의 일방적 변경과 그것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반목과 갈등에 관하여 총동창회와 동문들은 심각하게 우려”
작년 12월 21일, 모교 운영주체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은 이사회를 열어 총동창회를 비롯한 교수회, 직원 노동조합 등 학내외 단체들의 총장선출에 관한 참여권을 정한 법인정관 규정을 삭제하고 그에 따른 총장선출에 관한 부속규정을 폐지하였는데, 이를 두고 학내외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총장의 선임권이 학교법인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개의 번듯한 대학은 총장이 갖는 진중함과 그 민주적 리더쉽을 제고하기 위해 법인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교수, 교직원, 학생 등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그에 따르고 있는데 영남대학교도 다르지 않았다. 잠깐 영남대학교 총장의 선출방식의 변화를 살펴보면, 법인 이사회에서 정하던 것을 1988년경 법인의 부정부패로 인해 관선이사가 파견되고 교수들이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총장선거의 과열현상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법인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그 후보자를 교수회, 직원 노동조합 등 학내외 여러 구성원이 협의하여 추천토록 하는 방식으로 다시 바뀌었고 현 최외출 총장도 이 규정에 의해 선임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대학의 총장이 될 것이냐의 문제는 총장을 누가 어떻게 선출하느냐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고, 흠결이 없는 제도가 없듯이 총장의 선임방식도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게 마련이다. 영남대학교를 견인할 총장의 선임방식을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은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하고 적어도 현 제도를 폐지하고 오래전으로 돌아가려면 대학을 둘러싼 여러 주체들이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절차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관을 바꿔서 당사자의 총장선임에 관한 권한을 빼앗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총장선임 절차참여권을 일응 존중하고 그 주체가 기득권을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추어야 함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참모습이고, 그것이 위인설관(爲人設官)격의 퇴행적 모습을 가지거나 그 유사한 의심조차도 받아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드러난 현실은 달랐다. 총장선임방식의 변경과 기득권의 박탈을 가져올 중대한 정관규정을 바꾸려면 그 안을 이사회에 올리기 전에 공청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종전 규정에 따라 참여권이 보장된 단체의 의견을 미리 물어보아야 하고 만약 이의하는 주체가 있다면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소명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영남학원 이사회는 그러한 통보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음은 물론 그 단체와 관련된 정관규정이 삭제된다는 사실조차도 알리지 않은 채 이사회를 개최하고 관련 규정을 삭제하였고, 후일 그 경위를 묻는 총동창회에 대하여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 운운하는 답변을 내놓고 있는데, 도대체 동문서답으로써 그 답변과 총장 선임방식 변경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는 노릇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에 나오는 원숭이 대접보다 못한 모교에서 벌어진 이 사태를 두고 언론매체는 대학사유화 시도로 의심된다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는 지경이고, 이사회에서 그 사안에 관한 의결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참석 이사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법인 이사회는 적법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성의 있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현 총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교수를 징계하고 형사고소도 마다하지 않는 가운데 또 벌어진 총장 선임규정의 일방적 변경과 그것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반목과 갈등에 관하여 총동창회와 동문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학교법인은 그 속내가 무엇인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을 책무가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묶은 자가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