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칼럼] 한 충청도 사람의 영대 사랑 - 김영수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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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3-04-05 00:27 조회 507회 댓글 0건본문

매년 이맘때면 영대 교정은 새하얀 벚꽃과 향기로 뒤덮인다. 바람이 불면 꽃잎들이 눈처럼 흩날린다. 여름이 오면 삼천지에 분홍빛 연꽃이 가득 피고, 오리들은 연못 위를 유유히 헤엄칠 것이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 잎이 보도를 빈틈없이 덮고, 겨울이면 키 큰 히말라야시다가 백설을 가득 이고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이 교정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더 아름답다.
이곳에 온 지 벌써 20여 년이 다됐다. 나는 태생이 충청도 사람이다. 아내는 고향이 대구지만, 어릴 때 상경해 서울사람에 가깝다. 처음 영대에 왔을 때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싸우는 줄 알았다. 외지 사람이 들으면, 경상도 말은 고함 비슷하다. 알아듣기도 힘들다. 봉지 하면 서울이고, 봉다리 하면 경상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가가 가가~”를 알아들으면, 경상도 말의 오의(奧義)을 깨달은 것이다.
자꾸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따라하는 경상도 말도 생겼다. 하지만 내 억양이 좀 우스꽝스러워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제는 서울 같은 데서 경상도 말을 들으면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다. 나는 특히 경상도 시골 어르신들의 말이 좋다. 언젠가 동대구 터미널에서 안동 거쳐 예천 가는 버스를 탄 적이 있다. 70여 세의 한 할머니가 기사에게 길을 묻는데, 그 목소리가 그렇게 좋았다. 꾸밈없고 소박한 성품이 말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옛 경상도 사람들의 원형질일 것이다.
영대에서 만난 학생과 동료 교수들도 그렇다. 성품이 곧고 꾸밈이 없다. 영대신문 주간을 할 때, 신문사와 방송국 아이들이 그랬다. 취재도 열심히, 글쓰기도 열심히, 다만 학점은 바닥이다. 그래도 깔깔거리며, 그렇게 티 없이 신문과 방송을 만드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닷가 바위틈에 피어난 해국(海菊)같은 아이들이었다. 이 청춘들이 언젠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나도 어느덧 영대 사람이 다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