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촌 칼럼] 면학의 내공과 재야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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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4-14 11:09 조회 142회 댓글 0건본문
▲사무총장 김일부(79.정외)
공부의 궁극은
배운 걸 과시 않되
'문사철 시서화'의 통달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기지 않은 속담이 어디 있겠나마는 그 중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을 떠올려 본다.
'규방의 예'로서, 옛날 시집살이 적응의 지혜로 알고 있지만 처신의 진중함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경계하는 '자경문'으로도 손색없다.
특히 이 속담이 일본에도 있는 걸 보면 미루어 짐작컨데 중국을 비롯하여 유교 정신에 바탕한 한 가닥임을 알 수 있겠다.
우스갯소리로, '나이 60이 넘으면 배운 놈이나 안 배운 놈이나 별 차이 없고, 70이 넘으면 돈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80이 넘으면 살아있는 놈이나 산에 있는 놈이나 다를 게 없다' 했다.
시절에 따라 혹은 시류에 편승해 시중에 떠도는 이같은 개그를 듣고 웃어넘기면 그만이지만, 한편으로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태클을 걸게 된다.
설사 배운 놈과 안 배운 놈이 별 차이 없어 보일지라도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진 놈'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배울 준비가 된 자는, 그렇지 않은 대상보다 앞서 있을 개연성이 크다. 그건 자기 부족의 인식 하에 '배움에의 목마름'과 '채움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우연찮게 내공을 가진 '재야의 고수'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들은 항시 세상을 향해, 겸손하게 조심하며 살아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쯤에서 '바둑의 9품계'를 떠올려 본다. 급수가 올라가면 입단을 하게 되는데 그 첫 단계인 초단을 일명 '수졸'이라 했다.
'졸렬하지만 지켜낸다'는 뜻에다 '졸렬함을 안다'고도 해석되는데,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어마어마한 '단의 입문' 경지에 졸렬함을 들먹이니 말 다한 셈이다.
배움의 여정에 고수와의 교류를 통해, 깎이고 쓸린 정신적 상처가 흉터로 쌓인 채 단련된 연후라야 비로소 '입단 수준'의 삶을 산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배움의 궁극점은 '배운 걸 함부로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라'는 진리 하나를 얻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일전에 학창시절부터 존경하는 선배를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는 쪽지에 큰 대 자 하나를 써주며 공인의 자세에 관해 '토막 교훈' 하나를 남겼다.
글자 모양처럼, 큰 대(大) 자에 능력이라는 점을 속에 감추면 '클 태(太)'로 대우 받지만, 드러내면 오히려 '개 견(犬)' 취급을 받게 된다고 했다.
겸손이 몸에 밴 사람들은 평소 맑고 온화하여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니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의 수고'를 덜게 해서 좋다.
청빈한 영혼과 감성의 순수함은 경건한 삶을 지켜줌과 동시에 죽는 날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자세를 갖게 해주기 마련이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라 했다. 옛 것으로 앞 일을 밝혀 언젠가는 '문사철 시서화'에 통달할 경지에 다다름을 과녁으로 삼을 일이다.
지역과 세대, 다양한 이념의 집합체인 동창회 업무에 자세를 낮춘 채 균형감 있게 지내다 보면 이처럼 또 하나를 배우고 새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