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촌 칼럼] 똘레랑스 & 데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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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2-28 11:36 조회 100회 댓글 0건본문
▲사무총장 김일부(79.정외)
모교와 동창회, 서로 위하느라
웃음꽃과 미담이 범람하여
익사할 지경이 됐으면
삼국통일의 화랑정신과 조선의 선비정신은 조국 근대화의 민족중흥 정신으로 이어졌다. 한민족 5천년의 굽이굽이마다 역사를 견인해 온, 시대정신을 창학이념으로 하는 민족의 대학, 영남대학교.
모교 영남대학교가 있는 경산에는 원효, 설총, 일연 등 ‘3성현’의 영혼이 살아 숨쉰다. 원효대사는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섰으며, 설총은 이두문자를 집대성하였고, 일연선사는 삼국유사를 저술한 고려의 국사였다.
그들 중 시대가 다른 일연선사는 제쳐두고,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원효대사와 설총 그리고 요석공주에 얽힌 에피소드가 전해 내려온다. 설총은 원효의 파계로 태어났고 요석공주가 설총의 어머니이다.
요석공주는 짧게나마 정분을 나눈 ‘인간 원효’를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뒤로도 승과 속의 경계를 두고, 먼발치에서 애틋하고 사무치는 연모의 정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겨울을 앞두고, 원효를 위해 두터운 옷을 지어 설총을 시켜 갖다 주게 했다. 핏줄은 알게 모르게 서로 당기게 마련, 아버지인 줄 모른 채 어린 설총은 어머니의 심부름을 곧잘 했다.
원효대사는 설총이 가져온 옷을 말없이 받아들고서, 절에서 놀다 가곤 하던 그에게 한 번은 마당을 쓸게 했다. 칭찬을 들을 요량으로 설총은 신나게 비질을 했다.
말끔해진 광경을 지켜본 원효는 나무 밑동을 퉁퉁 차며 한마디 한다. 마당에는 떨어진 이파리가 듬성듬성 흩어져 있어야 여유와 운치가 있다며, 앞으로 비질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처럼 우리의 삶이나 인간관계 역시 ‘조금 성글거나 더러 헐거울’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못 이긴 척 곁자리를 내주는 빈틈과 아량을 가져야 한다는 걸, 속세를 향해 전하고 있는 지 모른다.
‘기·승·전’이 장황했다. 한동안 모교와 동창회가 긴장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새삼 이 시점에, 비 온 뒤의 땅이 더 굳는다는 식의 ‘뻔하고 하품 나는’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세모의 지는 해와 원단의 뜨는 해’가 무엇이 다를까마는, 인류는 세월에 매듭을 정해 두고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삼아왔다.
요는, 재학생 후배들의 2월 말 졸업과, 3월 초 입학을 앞두고 관계를 정상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서로의 갈등 또한 칼로 물 베기인 것을.
동창회와 모교는 상호 발전을 위해 건전한 긴장관계가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서로를 북돋워 주느라, 웃음꽃과 미담이 범람하여 익사할 지경이면 좀 좋을까 싶다.
무릇, 성군이 되길 마다할 임금이 어디 있을 것이며, 충신이 되고 싶지 않은 신하가 감히 있겠는가. 그러나 성군은 지혜로운 충신이 만든다.
잠 못 들게 하는 이 모든 생각을, 설날 차례상에 정성스럽게 만든 제수음식을 올려놓듯, 진심을 다해 간곡한 심정으로 꺼내 본다.
‘경촌 칼럼’을 쓰기 시작하며...경촌은 내 고향 경산 고을의 애칭이자 개인의 아호이기도 하다참고로 모교가 자리잡고 있는 경산(慶山)이란 지역명은 '경(慶)사스러운 일이 산(山)처럼 쌓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