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노트] 캠퍼스에 쪽파를 심다, 삶의 뿌리를 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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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10-22 13:44 조회 95회 댓글 0건본문
신용습(81.원예)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겸임교수
아직 늦더위가 남아 있던 9월 18일, 원예생명과학과 3학년“채소원예와 특용작물”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실험포장에 쪽파를 심었다. 필자는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으로 퇴직한 후 달서구 이곡꽃농원에서 작은 텃밭을 운영하며 다양한 채소를 길러온 전문가이자 도시농부로서, 쪽파를 심는 여러 방식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이번 실험의 목적은 단순하다. 어떻게 심는 것이 발아와 생육, 그리고 수량 면에서 가장 뛰어난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종구(알뿌리)를 똑바로 심는 방식, 비스듬히 심는 방식, 거꾸로 심는 방식 세 가지 방법을 주문하였다. 학생들은 10월 하순이면 결과를 알게 되겠지만, 어떻게 심는 것이 가장 잘 자랄까? 짐작하셨겠지만 정답은‘똑바로 심는 것’이다. 뿌리가 빨리 활착하여 생육이 촉진되고 잎이 굵으며, 색이 진하고 수량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비스듬히 심으면 싹이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거꾸로 심으면 뿌리와 잎이 방향을 잡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활착과 생장이 더욱 늦어진다.
나는 이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농업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삶의 기본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강의실에서 토론하며 과제를 수행하는 일상은 쪽파를 바로 심는 것과 닮아 있다. 종구가 뿌리를 아래로, 잎을 위로 향할 때 건강하게 자라듯, 학생들도 수업에 집중하고 학업에 성실할 때 삶의 뿌리를 곧게 내릴 수 있다.
비스듬히나 거꾸로 심는 것은 색다르고 재미있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장 속도가 늦고 균형이 흐트러진다. 목표가 흔들리면 삶의 방향도 불안해지는 것과 같다. 결국 기본이 흔들리면 결과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의 작은 습관, 태도, 집중력은 훗날 사회에 나아가서도 똑같이 작용한다. 수업에 성실히 참여한 경험은 곧 사회 현장에서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진로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방향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쪽파에서‘바로 심기’가 품질과 수량 면에서 뛰어나는 것처럼, 인생의 선택도 기본이 튼튼할 때 좋은 결실을 맺는다. 바르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작은 일에도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다. 농부가 밭을 갈고 물을 주는 단순한 일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듯, 삶도 화려한 순간보다 평범한 과정에서 성실이 빛을 발한다.
도서관에서의 공부와 수업에 대한 집중은 외형적으로는 작은 습관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뿌리를 단단히 세우는 과정이다. 뿌리가 튼튼할수록 잎과 꽃도 제대로 피어난다. 거칠게 심은 쪽파가 잎이 흐트러지고 생장이 균일하지 못하듯, 진로 역시 방향이 흔들리면 목표가 삐뚤어지고 결과가 흔들린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자신을‘바로 심는’태도를 지닌다면 과정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중국 극동지방의 희귀종 모소대나무(Moso bamboo)는 씨를 뿌린 뒤 4년 동안 고작 3c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5년째가 되면 하루 30cm씩 자라 불과 6주 만에 15미터를 훌쩍 넘는 숲을 이룬다. 눈에 보이는 성장은 짧은 순간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긴 시간 동안의 뿌리내림과 준비가 있었다. 인생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 있어야 큰 도약이 가능하다.
쪽파 한 뿌리와 작은 텃밭에서 얻은 깨달음은 분명하다. 삶도, 학업도, 진로도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기술은 결국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며, 인생의 법칙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도 강의실 문을 열며 다짐한다. 학업과 경험 모두에서‘바로 심기’의 태도로 살아가자. 그래야 내 삶의 쪽파도, 진로도, 인품도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