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교수의 마음처방전] 3. 왜 나는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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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6-24 09:29 조회 80회 댓글 0건본문
사공정규 교수 (83.의학)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과장, 동국대학교 심신의학연구소장. 대통령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교육부 위(Wee)닥터 자문의 대표, 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이사장, 한국생명연대 공동대표, 경상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 등을 맡고 있다. 또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장과 영남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운영위원·미디어위원장을 맡으며 동문 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신의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치유적 메시지로 널리 알려진 ‘힐링닥터 사공정규’라는 닉네임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차례
1. 열심히만 살면, 정말 행복할까?
2.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3. 왜 나는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4. 나는 여전히 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당신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 친한 친구가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반가운 나머지, 당신은 망설임을 무릅쓰고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친구도 분명 이쪽을 바라본 것 같았지만, 당신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버스를 타고 떠나버렸다. 그렇다면, 그 순간 당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우선은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고, 친구가 나를 일부러 무시했다고 생각해 서운함과 분노가 치밀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친구가 사고로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만약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괜한 오해로 화를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정신의학에서는 ‘중립 사건(Neutral Event)’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이러한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상황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부정성 편향(否定性 偏向, Negativity Bias)’이라고 부른다.
왜 인간은 ‘부정성 편향’을 가질까?
원시시대 인류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밀림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어울려 놀고 있을 때, 저 멀리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부류는 그것을 맹수가 다가오는 소리로 판단하고, 재빨리 피신했다. 반면 다른 부류는 별일 아니라고 여긴 채 놀이를 계속 이어갔다.
두 부류 중 어느 쪽이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았을까? 당연히,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맹수로 인식하고 미리 피신했던 쪽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피신하는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다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맹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잠시 놀이를 못 했다는 아쉬움 정도만 남을 뿐, 생명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생존한 자’의 후예다.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사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은, 원시시대에 직접적 위험에 자주 노출되었던 환경 속에서 생명을 지키려 했던 생존 본능에 뿌리를 둔, 뇌의 방어기제다.
인간의 뇌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변연계, 특히 편도체가 이를 즉각 위험 인자로 감지해 회피 행동을 유도한다.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언제든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었던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일단 부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진화했으며, 그 반응 경향은 오늘날 우리의 뇌 깊숙이 집단 무의식으로 새겨져 있다.
사실, 숲속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림은 맹수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 소리는 단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동물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일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현대에 들어서면, 원시시대처럼 맹수가 나타나 목숨을 잃을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은, 인생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진화하는 속도는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세상이 달라졌어도, 우리의 뇌는 여전히 ‘부정성 편향’이라는 오래된 생존 회로 속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중립적이거나 애매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또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동시에 접하게 되었을 때, 긍정보다 부정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웃는 얼굴보다 화난 얼굴, 타인의 선한 행동보다 악한 행동,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 칭찬보다 비판, 긍정적 경험보다 부정적 경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에 아로새겨져 있는 ‘부정성 편향’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까?
우리가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갖거나 느끼는 것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뇌의 방어 기제 때문이다. 이는 우리 뇌 속 편도체에 각인된, 집단 무의식의 흔적이다. 즉,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비정상적이거나 병든 것이 아니라, 그것은 뇌가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설정해 놓은 ‘기본 값(default value)’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이 올라올 때, 이는 ‘부정성 편향’에서 비롯된 반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괴감이나 자기비하, 타인에 대한 미움이나 증오에 빠져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러한 부정적 사고와 감정이 실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정성 편향’을 통해 자신, 타인, 세상, 미래를 해석하기 때문에, 이 ‘편향된 렌즈’를 벗어버리고 바라볼 때 비로소 사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에서부터, 삶의 변화는 시작된다.
검은색 렌즈의 선글라스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어둡게 보일 수밖에 없다. 무색의 렌즈로 볼 때에야 비로소 세상의 진면목(眞面目)이 드러난다. 이는 무조건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말이 아니다. ‘부정성 편향’이라는 왜곡된 필터를 제거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견(正見)의 시선을 가질 때, 우리는 쓸데없는 스트레스 반응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다.
마음공부란 곧 정견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자신, 타인, 세상, 미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 그 정견(正見)은 마음공부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에 과부하된 현대인들은, 과거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며 우울감을 느끼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하게 그리며 불안감을 경험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우울감과 불안감의 대부분은, 병리적인 증상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겪는, 지나가는 정상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결코, 우울과 불안이 당신의 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
극심한 부정적 사건을 겪으면,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경험한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새로운 해석과 의미 부여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36년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와 상담을 이어온 ‘힐링닥터’ 사공정규 교수. 1,000회가 넘는 정신인문치유형 이야기 강연과 즉문즉답(卽問卽答)을 통해, 수십만 명의 마음에 울림과 변화를 일으켜온 그가 전하는, 뼈를 때리되 마음을 살리는, 뇌과학 기반의 실전 마음처방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