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촌 칼럼] 녹음방초승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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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6-24 09:20 조회 138회 댓글 0건본문
▲좌측부터 모교 경산캠퍼스의 중앙도서관과 팔공산케이블카 / ▲사무총장 김일부(79.정외, UBS국장)
춘삼월의 해어화
녹음방초의 선비
천마인의 사명감
올 6월,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라는 국가지대사를 치렀다. 마치 곧 엎어질 대상을 기어이 일으켜 세워, 나라를 갖다바치는 시나리오에 부역한 꼴이 되었다.
물론 지병이나 숙환처럼 따라붙는, 부정선거 시비도 숙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삼권을 한 손에 틀어쥘 수 있는 무소불위의 거대 권력 탄생은 현실이 되었다.
국내 주재 외국 언론사의 특파원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이 '언론장사'하기 좋은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지정학적 측면도 있지만 평소에도 기사거리가 넘친다는 뜻으로, 달리 말하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는 것이 된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인간사와는 무관하게 자연은 단순 명쾌하고도 어김없는 사이클 속에서 절기를 이어가고 있다. 옛날, 한 해 중 이맘 때를 '녹음방초승화시'라 했다.
음력 5, 6월로서 우거진 숲과 향기로운 풀들이 춘삼월 꽃피는 시절보다 낫다는 의미이다.
꽃이 만발하는 봄이 규방 여인들의 나들이 시기라면, 녹음방초승화시는 대체로 입하와 하지 사이로, 더워지기 전 숲 그늘에서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시간으로 간주되었다.
절기는 중국에서 만들려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실제 기후와 약간의 편차가 있으나 그래도 대체로 '역시 절기는 못 속인다'는 표현을 곧잘 써가며 기준으로 삼는다.
여성과 꽃, 둘의 조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곤 하는데, 본능적 인식인지 혹은 거듭된 교육의 세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진작 여성을 '해어화'라 했다. '말하는 꽃' 혹은 '말귀를 알아듣는 꽃'이라는 의미로 동질성을 드러냈다. 당초에는 '기방의 여인'을 가리켰지만 차차 경계가 허물어져 전체 여성을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경상도의 기질인 '태산준령'의 기개를 심어주는데 기여하는 팔공산은 TK와는 너무 친숙하여 '동네 산'처럼 여겨지지만 국내의 명산 중 하나이다. 고려 태조 왕건의 전설을 구비구비 품고 있는 것도 유명세에 한몫한다.
지난 3월 본지에서 졸고인 경촌칼럼에 '회당릉절정 일람중산소'를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한시대를 풍미한 뒤 회고하는 내용의 대중가요가 있었다.
제목이 '가장무도회'인데, 1960년대 가수 최희준이 처음 불렀다고 알려졌으나, 지금은 남진이 부른 것만 검색이 되는데 가사를 음미하면 성공한 상남자의 일대기가 읽힌다
여기에서 분명히 짚을 것은 대중가요라고 해서 낮춰봐선 안 된다는 점이다. 길옥윤과 쌍벽을 이룬 대표적 작곡가 황문평이 곡을 붙여 가사의 깊은 맛을 살린 가요라 하겠다.
여하튼, 팔공산의 어느 봉우리에든 올라 남녘을 내려다 보면 모교의 전경과 함께 경산의 랜드마크이자 천마인들의 두뇌를 길러준 중앙도서관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녹음방초승화시'에 ‘명산 팔공’에 올라 '회당릉절정 일람중산소'를 새기고 가장무도회의 첫 구절 '천하는 내 것이다 세상은 발 아래다...'를 읊으며 의지를 다져 보자
그리하여 풍류에 그칠 게 아니라, 이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발굴해내는 것이야말로 '천하제일 천마인'의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