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칼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그 유혹과 함정 - 이용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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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5-19 13:46 조회 102회 댓글 0건본문
이용호(81.법학)
총동창회보 편집위원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약 3년의 기간 동안 12만 9,000여 명의 인력과 대략 20억 달러(2024년 환산 가치 약 330억 달러)의 재원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은 지구상에 원자탄이라는 가공할 만한 신형무기를 선보였다. 이러한 원자탄의 출현 과정은 2023년 성황리에 상영되었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잘 묘사된 바 있다. 이렇게 등장한 원자탄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투하되었다. 그 결과 약 34만 명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고, 양 도시는 전폐되었다.
이러한 해악에도 불구하고, 원자탄이 보여준 엄청난 군사적ㆍ전략적 가치로 인해, 국제사회는 ‘핵군비 경쟁시대’로 돌입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9개 국가(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가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다. 한때 69,368개까지 치솟았던 핵탄두의 수는 2024년 기준으로 9,585개(추가로 2,536개의 퇴역된 핵탄두가 존재함)로 감소했지만, 다른 한편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핵무기 보유국의 핵탄두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핵무기의 성능은 전반적으로 첨단화 내지 현대화되고 있다. 원자탄의 출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의 사용을 둘러싼 위협은 계속되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여, 국제사회도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대표적 경우로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서는 핵무기의 보유를 미국ㆍ러시아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 등 소위 5대 강대국으로 한정하고 있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에서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핵무기금지조약」에서는 핵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개발ㆍ실험ㆍ생산ㆍ제조ㆍ취득ㆍ소유 또는 비축 등의 포괄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상기한 핵무기의 보유 금지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에 9번째로 성공한 국가가 북한이다. 북한은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을 감행한 이래,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운반체(미사일) 시험에 몰두해 왔다. 그 결과 북한은 2017년 11월에 ‘핵무장의 완성’을 선언하였고, 그 이후로는 탄두중량의 감축과 미사일 능력의 개선을 골자로 하는 핵무기의 현대화에 사활을 걸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로부터 정철위성,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핵심기술을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핵무장 능력을 크게 진전시킬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안보환경을 크게 위협할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북한은 약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점증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2023년 한ㆍ미 양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통해 ‘핵협의그룹의 창설’과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를 새로운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였다. 그 국빈방문에서의 최고의 장면은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열창하며 다소 겸연쩍게 웃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그 ‘아메리칸 파이’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할 것이라는 가설은 맞지 않다.
결국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하여, 한국의 선택지는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무기의 재배치, 미국 핵자산의 공유, 미국의 핵우산으로의 편입 등인데, 그나마 각각의 경우에도 제약이 많다. 이 글에서는 독자적 핵무장을 중심으로 이어 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둘러싼 해결 노력이 실패해 왔다는 점과 한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에 비추어 보면 핵무기개발 계획이 1~2년 내에 성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 등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핵무장은 가장 안정적 안전조치이며,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으며,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군사강국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이해되기 때문이다. 핵무기 보유가 곧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핵무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도깨비 방망이 같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핵무장은 몇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먼저 “왜 많은 국가가 핵무기개발 계획을 포기하였을까?”라는 의문으로부터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자신이 보유한 6개의 핵탄두를 1993년에 폐기하였다. 또한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은 핵무기의 개발단계에서 외부의 힘에 의해 자신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 한국(1970년대), 대만, 알제리 등은 핵무기의 개발단계에서 스스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핵무장에 성공한 인도의 핵무기 개발과정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974년 핵실험을 시행한 이후부터 1998년까지 인도는 미국의 경제적 제재를 받았다. 그 기간 동안, 인도의 국민은 굶주림에 고통을 받아야 했다. 금지된 핵무기를 보유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장기간의 굶주림과 핵무기의 보유, 어느 가치가 우선할까?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앞의 사례처럼 몇 가지의 함정이 있다.
첫째 핵무기비확산조약을 위반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의 존재이다. 오늘날 상기 9개 국가 가운데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을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스라엘 제외)은 한결같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둘째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곧 다른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매우 역설적이다. 예컨대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 일본 등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하는 논리이다. 결국 동북아시아에서의 핵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병존한다.
이처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는 유혹과 함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독자적 핵무장이라는 유혹은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함정에 걸린 모양새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극심하게 위협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국력을 하나로 모아 일등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핵자산의 효과적 활용, 사드배치의 확대를 통한 요격 시스템의 고도화, 민방위의 강화, 재래식 전력의 첨단화 등의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유혹과 함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그 선택은 온전히 한국의 몫이다. 한국의 평화와 안전이 최고의 가치임을 기억해야 한다.


▲좌측부터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