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에세이] 가위·바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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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4-14 11:03 조회 117회 댓글 0건본문
백남명(77.물리)
전 김천소방서장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천시 협의회장
공직생활을 마치고 고향에서 문화관광해설사를 하고 있습니다.
공직생활 시절에 폭음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아내 질책에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집불은 물로 끄고, 남자 가슴에 있는 불은 술로 끄는 법이야!”
“그럼 여자 속 불은 뭐로 끄는데?”
관찰력이 부족해서 아내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던 사람이 해설하다 보니 실수투성이입니다.
실수담을 몇 자 적어봅니다.
함양에는 오도(悟道)재가 있습니다. 이 길을 오르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서산대사, 인오대사, 김종직 선생 등이 오도재를 넘었습니다. 2006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이름있는 길입니다.
일행에게 한자로 풀어서 오도재를 해설하였습니다. “선생님, 그게 아닙니다. 눈이 내리면 오도 가도 못 한다고 오도재입니다.” 고개 밑에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함양 오도재 (출처 함양군청)
문화해설을 하려면 답사를 많이 다닙니다. 한번은 공주박물관에 들렀습니다. 박물관에는 무령왕릉의 입구에서 발견된 진묘수(鎭墓獸)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발견 당시에는 진묘수 오른쪽 뒷다리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왜 뒷다리가 부러졌는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저는 오도 가도 말고 무령왕릉을 잘 지키라는 의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비석을 살펴보면 거북이 모양의 귀부(龜趺)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거북이 뒤태를 살펴보면 발 달린 거북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꼬리를 다양한 형태로 조각해 둡니다. ‘열중쉬어’ 자세입니다.
이곳에서 비석을 잘 짊어지고 있으라는 표현입니다. 비석에 있는 귀부의 꼬리를 설명하면서 곁들어서 진묘수 역할을 설명하였습니다.
지나가던 방문객이 한마디 툭 던지고 지나갑니다. “진묘수, 진짜 묘한 짐승입니다. 그렇게 설명하면 될 것을 무척 어렵게 설명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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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을 지키고 있던 진묘수(출처 국립문화재연구소, e뮤지엄)
초등학교 상급생이되면 우리 고장의 역사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현장체험학습을 하곤 합니다. 면 소재지 초등학교 상급생과 함께 김천에 있는 방초정(보물) 지례향교 부항댐 출렁다리를 현장 학습하였습니다.
소방관을 하기 전에 몸담았던 중고교 교직 경험을 살려서 열심히 해설하였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체험학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어디입니까?"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항댐 출렁다리에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참고로 부항댐 출렁다리는 길이 256m 현수교입니다. 다리 중간 부분에 투명유리를 설치하여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합니다. 부항댐 출렁다리는 특별한 해설이 없었습니다. 자유시간에 가깝게 활동하였습니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지만 한참 자라나는 학생에게는 공부만큼 재미없는 것이 없나 봅니다. 한 명은 지례향교 설명이 재미있었다고 대답합니다.
설(說)은 말(言)이 재미있어야 하고 열(悅)은 마음(心)이 기뻐야 합니다.
오늘도 제 욕심에 용량을 초과하여 부담되는 해설을 하였나 봅니다. 문화관광해설을 할 때 가끔씩 한자로 관찰 단계를 설명하곤 합니다.
제 나름대로 기준입니다. 목(目)<간(看)<견(見)<각(覺)
견(見)은 어진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눈(目)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관찰을 해야 합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조상의 슬기를 배우게 됩니다.
따라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이야기처럼 견(見)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조상의 슬기를 제대로 배우면 각(覺)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깨우칠 각(覺)에는 볼 견(見)이 들어 있습니다.
해설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에 따라 가위 바위 보처럼 단계가 있다면 20대까지는 무엇이든 자르는 가위 같아야 하고, 현장에 몸담고 있는 중년에는 주먹처럼 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는 보처럼 수용력이 있다면 노후가 편안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고향에서 문화관광해설사를 하면서 오늘도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혜이면 더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