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씨, 이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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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3-03-05 00:00 조회 2,197회 댓글 0건본문

이끼의 시간
김준현(06.국문)
우물 위로 귀 몇 개가 떠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 느린 허공이 담겨 있다 나는
내 빈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닫아놓은 창이다
녹슨 현악기의 뼈를 꺾어 왔다 우물이 입을 벌리고
벽에는 수염이 거뭇하다 사춘기라면
젖은 눈으로
기타의 냄새 나는 구멍을 더듬는, 장마철이다
손가락 몇 개로 높아지는 빗소리를 누른다 저 먼 곳에서
핏줄이 서는 그의 목젖, 거친
수염을 민다
드러나는 싹이여, 자라지 마라
벌레들이 털 많은 다리로 밤에서
새벽까지 더듬어 오른다
나는 잠든 그의 뒷주머니에
시린 손을 숨긴다 부드럽고 가장 어두운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달걀 몇 개를 담아
바람에 밀려가는 주소를 찾는다
귀들이 다 가라앉은 물에도
소름이 돋는 중이다
〈이 詩는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작으로, 우물을 소재로 미성년의 실존적 내면을 다룬 詩다.
金동문은 "우물을 소재로 쓰는 작가들이 많은데 대부분 시각적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차별화를 위해 시각보다는 청각적인 상상력에 집중해서 이번 작품을 썼는데 좋은 결과를 낳아 기쁩니다" 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金동문은 현재 영남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2기에 재학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