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세상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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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6-04-05 01:08 조회 2,361회 댓글 0건본문

자고 일어나면 창문을 열어 날씨를 짐작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일기예보보다 더 미덥기도 하고 얼굴에 부딪치는 싸한 대기의 느낌이 좋아 오늘도 창가에 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안개인가 하고 창가로 다가서니 매캐한 황사 바람이 훅 콧속에 밀려든다. 먼지가 현무처럼 아파트 단지를 가득히 메우고 있다.
뉴스는 이번 황사가 중국 동북부 지방의 사막지대에서 온 것으로 확인되고 미세먼지 농도가 1㎡ 당 9000p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으로 매우 강력하다고 전한다. 먼지의 농도도 문제지만 입자의 크기가 2pg 이하인 먼지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고 한다.
이런 먼지는 폐에 천착하여 평생 빠져 나오지 않는다는 부연 설명이다. 마스크를 살까 잠시 망설이다 오래 전 사우디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생각을 접는다.
'뚜립'이라 불리는 황사가 봄철이면 찾아드는 리야드 공사 현장.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 열 발자국 앞의 사람조차 분간 못할 만큼 그곳 황사의 강도는 대단했다. 사나흘씩 계속될 때도 있었다. 이놈이 기습하는 날엔 창문 틈을 테이프로 밀봉하고 마스크를 한 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에어컨 필터로만 통기가 되도록 해보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창문을 봉하거나 않거나 다음 날 쌓인 먼지의 두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마이크로'란 외래어가 하루 종일 머리에서 맴돈다. 1g을 천 개로 나누면 1mg, 이것을 다시 천 개로 나눈 입자의 무게가 1pg이다. 금세기에 인류는'마이크로'단위의 보편화를 넘어 나노(n:1억분의 1)란 말까지 들먹이고 있다.
엘빈 토플러가 말했다. 우리를 먹여 살리는 미래의 직업군으로 전자컴퓨터, 우주산업, 해저개발, 유전자산업 네 가지를 꼽는다고, 그는 신소재 개발과 아울러 마이크로 단위의 미세공작 기술이 바탕이 되어 이 직업이 계속적으로 발전하게 되리라 했다.
섬뜩하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균처럼 작은 마이크로 로봇이 바람결에 날아와 마스크를 뚫고 폐와 심장에 붙어 분탕질하면 왁찐 로봇을 주입해야 하는 상상을 해 본다. 혈관이며 피부 속에는 미세한 인공물이 서로 영역 다툼하며 밤낮 전쟁을 벌이기도 하겠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웨이브란 말이 트랜지스터처럼 너무도 평범하게 인식될 그 어느 때쯤, 이런 SF 공상이 가시화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을 하랴.
불치병을 고쳤다고, 누구나 백수를 누리게 되었다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집을 가지려고 애면글면할 필요도 없다. 누에종 로봇으로 체육관보다 더 큰 누에고치를 바로 만들면 된다.
엘빈 토플러의 예측대로라면 농․어법 종사자는 물론, 변호사, 회계사, 의사도 직업을 바꿔야 할 처지다. 각국의 법률과 송사 사례를 정리한 컴퓨터에 조건을 입력하면 번호 내용과 판결결정문이 출력되고 최고의 두뇌를 가진 로봇이 회계장부 관리는 물론, 절세방법까지도 알려줄 것이다.
화장실에 설치된 첨단기기로 매일 건강검진하고 자료를 병원에 보내면 컴퓨터가 수십억 명의 환자 기록과 대조해서 처방을 내린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로봇이 마이크로의 정교한 동작으로 무통, 무출혈로 수술한다. 수술이 겁난다는 말이 옛말이다.
장기든 뭐든 줄기세포로 쉽게 복구가 가능하며 노화 피부도 어린이의 세포로 치환하여 보송보송하고 탄력 있게 만든다. 패션이라며 외다리나 외눈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멍청이도 나타날지 모른다.
창작이 업인 문학인, 음악가, 미술가, 조형예술가들은 당분간 걱정이 없겠다. 두뇌의 복제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테니까.
직업을 잃은 변호사, 의사에겐 우수한 머리를 활용하여 인간 삶의 질에 대한 연구 과제를 맡긴다. 길어진 수명에 할 일마저 없고 보면 우울증 환자가 속출할 것이다.
마이크로, 나노 단위의 미세공 작품이 만들어질 미래의 가상세계를 아무리 좋게 그리려 해도 행복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희구하는 이상향이 될 수 없다.
일하지 않고, 계속 먹고 즐기고 놀고, 의미도 목적도 없이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동물적인 삶과 무엇이 다르며 도대체 몇 살까지 살아야 성에 찰까, 조물주는 모든 생물의 수명을 정해 놓았다. 식물은 길게, 동물은 짧게 자연적으로 생성 소멸하도록 만들었다.
인류는 2천 년간 밀리(m:천분의 1) 단위에서 큰 불편 없이 살아왔다. 유한한 지구면적에'마이크로'와'나노'로 수명을 무한정 연장시키자는 노력이 과연 온당한지 묻고 싶다. 순리를 어기고 생명에 집착하는 인간의 행위를 자연이 조소할 것 같지 않은가?






